KPI뉴스 - [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신뢰가 핵심인 스테이블코인, 최종 신뢰설계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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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신뢰가 핵심인 스테이블코인, 최종 신뢰설계자는?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기사승인 : 2025-11-28 14:46:29
스테이블코인, 신뢰 토대 없이 지속 가능하지 않아
중앙은행, 최종 대부자 넘어 최종 신뢰 설계자 역할

스테이블코인의 해법은 무엇인가. 스테이블코인은 하이에크가 상정한 자유주의 민간 통화 경쟁을 넘어 애덤 스미스가 중시한 인간 본성(human nature)에 내재한 도덕 감정과 공감(sympathy)의 룰을 기반으로 하는 신뢰(trust) 설계의 철학을 다시 불러오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술적으로 탈중앙화된 시장 기반의 통화질서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신뢰의 토대가 없을 경우 지속 가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술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애덤 스미스적 관점에서 볼 때 스테이블코인의 지속 가능성은 정보 비대칭(asymmetric information) 하에서도 시장참가자가 상호 공감하며 예측 가능한 규칙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설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하이에크적 민간 통화 실험의 현대적 구현으로 불리지만 공적 규율과 신뢰의 설계 없이 작동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금융의 기반은 늘 신뢰였다. 기술의 구현 방식이 탈중앙화 내지 분권화된 시스템이건, 집권화된 시스템이건 신뢰라는 필수요소가 결여되어 있다면 그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 스테이블코인 관련 이미지 [챗GPT 생성]

 

스테이블코인에 요구되는 신뢰는 무엇인가. 알고리즘 등 기술적 신뢰와 규칙의 공정성 등 사회적 신뢰가 결합된 형태의 신뢰가 필수적이다. 전통적 금융 시스템에서의 신뢰는 중앙은행의 지급준비제도, 예금보험제도, 규제된 은행제도 등을 바탕으로 구축되어 있었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술에 주로 기반하여 신뢰 구조를 창출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실제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준비자산 가치의 변동, 대규모 인출 시 즉각적인 붕괴 위험, 네트워크 의존이 초래하는 취약성 등이 관찰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뱅크런은 주 7일 24시간 국경을 넘어 순식간에 대규모로 이루어질 개연성이 높다. 본질적으로 통화는 이를 구현하는 기술 자체보다는 사회적, 제도적, 윤리적 규칙이 확립된 구조에서 지속 가능하다. 그러한 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하이에크보다는 애덤 스미스적인 룰 기반의 신뢰를 더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신뢰는 누가 설계하는가.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은 위기 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역할을 토대로 금융에 신뢰를 구축해 왔다.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우려가 있는 일련의 현상에는 신뢰의 분해(decomposition of trust)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발행자 신뢰(issuer trust), 기술 신뢰(tech trust), 준비자산 신뢰(asset trust) 등이 각각 분해될 수 있다. 중앙은행은 이러한 신뢰 분해 위험을 방지하고 신뢰를 결합하며 디지털 시대에 새로이 요구되는 신뢰의 원천을 만드는 최종 신뢰 설계자(trust designer of last resort)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중앙은행의 역할이 기존의 최종 대부자를 넘어서 신뢰 구조 자체를 설계하는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할 당위가 요청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및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는 위기 상황이 주로 탈중앙화된 시장에서 가격 붕괴 못지않게 신뢰 붕괴의 모습으로 먼저 나타나게 된다. 전통적인 중앙은행의 최종 대부자 역할은 대체로 리스크가 현실화한 이후의 대응일 뿐이며 당면한 스테이블코인 체계에서는 시스템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신뢰 구조를 굳건히 만드는 메커니즘이 긴요하다. 이는 단순히 최종 대부자 역할을 확장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신뢰를 어떻게 형성하고 배분하고 쌓아 나갈지를 결정하는 구조 설계자로서의 역할 수행을 의미한다. 스테이블코인, 알고리즘 기반 통화, 디지털 결제 시스템 등이 확산할수록 신뢰 설계는 규제와 감독 차원을 넘어 금융 생태계와 인센티브 메커니즘 설계의 차원으로 진전하게 된다.

최종 신뢰 설계자로서의 중앙은행은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준, 준비자산의 안전성 마련 등 규칙 설계자(rule architect), 위기 상황 조기 경보 체계,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마련 등 신뢰 안전 설계자(trust safeguard designer), 디지털 결제 연결 구조, 분산형 금융 규율 마련 등 디지털 생태계 안정자(digital ecosystem stabilizer) 등 역할을 포함하여 수행할 수 있다. 중앙은행의 포괄적인 정책 프레임워크가 신뢰를 다루고 관리하는 신뢰 정책(trust policy)으로 진화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디지털 신뢰의 설계자, 위기시의 시스템 조정자, 디지털 금융의 정의(justice) 구현자, 신뢰 인프라의 최종 공급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요구되는 새로운 신뢰 철학의 구축이 된다. 금융의 진화 방향을 형성해 나가는 문명사적 제도 설계자로서의 역할이 된다.

지금 하이에크를 넘어 애덤 스미스를 소환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의 해법은 신뢰다. '보이지 않는 손'을 작동케 하는 공감의 룰'에 기반한 신뢰 설계가 스테이블코인에 긴요하다. 최종 신뢰 설계자로서의 중앙은행 역할 수행이 특히 긴요하다. 중앙은행은 진화하는 생물체와 같은 존재이다(Central banking is an evolving creature). 300년이 넘는 중앙은행의 역사는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의 과정이었다. 이제 최종 신뢰 설계자로 진화하려는 중앙은행 역사는 새로이 전개되는 중이다.


▲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저서: 우리 시대의 금융경제 읽기(박영사, 2025년) △ 현재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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