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21억 투자했는데 '기부'라니...우즈벡 고려인사회 뒤흔든 '권력형 탈취'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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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억 투자했는데 '기부'라니...우즈벡 고려인사회 뒤흔든 '권력형 탈취' 의혹

서승재 기자
기사승인 : 2026-04-29 11:18:52
우즈베키스탄 20여년차 사업가 박광남 씨의 눈물
3년간 사재 투입해 건물 지어놨더니 "기부"라고 우겨
1심 승소했으나 2·3심은 "기부여지 있다"…전재산 잃을 판
"강제 추방 위협까지"…현지 권력 개입 의혹 제기

"우즈베키스탄은 제2의 고향입니다. 탈북 후 대한민국 국적을 얻고, 이곳에서 가정을 꾸리고 20년을 일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이 저를 이방인이라며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습니다."

 

한국인 사업가 박광남(63) 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현재 우즈베키스탄 고려문화협회(이하 협회)150만 달러(한화 약 21억 원) 규모의 부동산 소유권을 둘러싼 처절한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쟁점은 단 하나다. 박 씨가 투입한 거액의 자금이 '투자'였는가, '기부'였는가 하는 점이다.

 

▲ 우즈베키스탄에서 20년 사업가로 살아온 박광남 씨. 현재 현지 고려문화협회의 '재산탈취'로 전재산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박광남 씨 제공 ]

 

사건의 발단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타슈켄트 시청으로부터 세르겔리 구역의 토지 1헥타르(3000, 축구장 1~1.5개 정도 크기)를 할당받았던 협회는 자금 부족으로 건설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현지 하원의원이며 고려문화협회장인 박 빅토르 니콜라예비치(이하 박 빅토르)가 박 씨에게 공동 사업을 제안했다. 박 씨가 자금을 투자해 건물을 짓고, 임대 수익을 지분대로 나누자는 내용이었다.

 

박 씨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약 3년간 개인 자금을 쏟아 부어 3층 규모의 사무실과 공장을 완공했다. 토지 평탄화부터 실내 인테리어, 각종 공조 시스템까지 박 씨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당시 인허가 편의를 위해 건물 명의를 일단 협회로 등록했으나, 박 씨는 상대가 현지 의원이라는 점을 믿고 별도의 서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완공 후 박 빅토르 협회장은 태도를 바꿨다. 지분 재등록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급기야 "박 씨가 협회에 순수하게 기부한 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 문제의 우즈베키스탄 고려문화협회 건물. [박광남 씨 제공]

 

박 씨가 제시한 반박 증거는 차고 넘친다. 협회 내부 회의록에는 박 씨의 투자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독립적 조사를 수행하기로 결의한 내용이 적시되어 있고, 실제 실사 결과 112억 숨(12억 원) 이상의 투입 비용이 공식 확인됐다. 또한, 박 씨가 협회 측에 매달 토지 사용료 명목으로 지급한 송금 기록과 전기·가스·수도 등 각종 공과금 납부 영수증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상식적으로 20억 원이 넘는 거액을 기부하는 사람이 매달 토지 사용료를 내고 공과금까지 부담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 사법부의 판단은 상식적이지 않았다. 1심에서는 박 씨의 투자 사실을 인정해 박 씨가 승소했으나 2심과 3(대법원)"기부로 볼 여지가 있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박 씨는 "상대측이 현지 유력 단체이고, 회장이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점이 사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분쟁이 격화하자 협회 측은 공권력을 이용해 박 씨를 '강제 추방'시키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 간의 금전 분쟁을 넘어 해외에 진출한 한국인 투자자들이 직면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중앙아시아와 같이 사법부의 독립성이 완전하지 않은 국가에서 현지 유력 인사와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우리 국민이 얼마나 무력하게 자산을 탈취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박 씨는 최근 고려문화협회 협회장인 박 빅토르를 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하며 배수진을 쳤다. 그는 "제가 20년 넘게 해외에서 모은 전 재산이 한순간에 사라질 위기"라며 "최소한 상식과 법치에 근거한 공정한 판단만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사회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사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민은 "박 광남 씨는 오랫동안 고아원을 후원하고 교민 사회의 신망을 얻어온 인물"이라며 "이런 기업인조차 권력 앞에 무너진다면 누가 우즈베키스탄에 마음 놓고 투자하겠느냐"고 말했다.

 

KPI뉴스 / 서승재 기자 seungjaese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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